한 장의 사진이 주는 고민
이 사진은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이다.

얼핏 보기에 단순한 전통혼례 사진이 던지는 고민은 다름아니라 나이들어 보이는 이 부부가 모두 일본인들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조선총독부가 1918년 6월 18일까지 진행된 토지조사의 결과로 한반도 최대지주가 된 총독부가 싼 값에 불하한 토지를 매입하여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 부부라는 점이다.
(링크:http://news.joins.com/article/105/3654105.html)

요즈음이야 다른나라, 다른 민족의 복식을 착용한다고 해서 욕먹지는 않는 시대이지만, 저 사진이 촬영된 시기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간단히 말해서 "자기를 버리고 딴 나라 사람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행위인 것이다. 일제시대에 발표되었다는 어떤 소설에서는 만주로 이민을 간 조선인 부락과 원래부터 살던 중국인 부락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서로 적대하는 마을의 아이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자기네 고유복식을 입혀서 돌려 보내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곧 자기문화의 복식이 아닌 타문화의 복식을 강제로 착용시킴으로서 모욕을 주는 의미였다고 한다.

게다가 저 부부는 정복자인 일본인으로서 피정복지인 한반도로 이민온 사람들이다. 당연히 민족적 우월감같은 것이 팽만했을 터인데도 인간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의례중 하나인 혼례의 복식을 한국전통의 것으로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도대체 저 부부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대담한 일을 하였던 것일까?


수탈론, 식민지근대화론, 그리고 제3의 관점 운운하는 일을 떠나서 이모저모 고민하게 만드는 한 장의 사진이다.

by deokbusin | 2009/06/21 20:58 | 잡담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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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ERNKASTE at 2009/06/21 21:13
정복한 나라의 궁궐에 들어가 주인 없는 왕좌에 호기롭게 여유를 부리며 뽐을 내는 심리가 아닐까요.
Commented by 편성국원 at 2009/06/21 21:14
대만에 건너간 일본인 중에서도 현지 복식으로 혼례를 치룬 경우가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현지인과 결혼이던가..일본인끼리던가는 아리까리하네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6/21 22:22
저로서는 그냥 관광지에서 전통옷 체험하듯 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1 22:35
이토 히로부미도 갓 쓰고 도포입고 기념사진 찍었는데 뭐 어떻겠습니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2 04:07
아, 그러고 보니 이토 부인도 치마저고리 입고 사진 찍은 적이 있을 겁니다.
Commented by 페스츄리 at 2009/06/21 22:49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에 시도해본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뭐 민족적 경멸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했을지는 저 사진에 담겨있는 일본인 부부분들만 알겠지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6/21 23:17
시대를 앞선 코스프레라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쿄토에 가서 기생이 되어보는 것과 별다를 게 없지 않겠습니까? '조선'도 대일본제국의 영토였으니.
Commented by 장모군 at 2009/06/22 10:30
새로운 정권이 들어 왔으니, 우리는 니네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의
홍보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상상 해 봅니다.
Commented by 김희대 at 2009/06/22 15:25
일본인들이 좋아할 만한 알록달록한 옷에 이국의 특이한 풍습 한번쯤 해볼만 하지 않겠나요?
그리고 부락이라는 단어보다는 마을이라는 단어가 나을 듯 합니다. 부락이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고 국어사전에서 마을로 순화라고 되어있고, 이 단어를 많이쓰는 일본에서는 경멸적인 의미가 담겨있으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6/23 21:59
일제 당대에는 부락이라고 해도 틀린 것이 아니지요.
Commented by 더써드클랜 at 2011/12/24 14:02
일본이 예로부터 복식문화에는 유달리 리버럴했다고 들었는데.. 옷에 거창한 이념적 사회적 뭐 그런 의미를 유달리 안 부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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