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의 전제, 국가병합과 배상/보상
1. 국제법의 기본전제는 그 법이 구체적으로 성립된 서양의 역사속에서는 전쟁이라는 혼란상태에서 전쟁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 약자의 위치에 처한 자연인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약자의 위치에 처한 자연인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국제법만이 아니라 공법과 사법 및 교회법 등을 포함한 서양법과 동양법 모두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공리이다.

사실, 슈타인호프님의 글들(http://nestofpnix.egloos.com/4252684 및 http://nestofpnix.egloos.com/4253282 )이나 번동아제님의 글(http://lyuen.egloos.com/5093158 )이 문제의 역사적 실상들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좋은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격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바로 자연인의 상실한 권리에 대한 배려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팅에 딸린 덧글의 대부분이 "긍정"과 "격려"임에도 불구하고 단문만으로 구성되고,  극히 소수의 격한 반발만이 장문의 논설로 구성된 것도 "약한 위치에 처한 자연인의 권리에 대한 배려의 부족"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2. 2개국 이상이 개입된 전쟁이라는 혼란상태에서 약자의 위치에 처한 자연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국제법의 공리이자 전제이며 동시에 법률의 공리이자 전제인 이상, 한일합방이라는 국가병합도 시대가 그러했기에 모든 종류의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관점과 논리는 애시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 시대야말로 더욱 엄격하게 약자의 처지로 전락한 자연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의 전제와 공리를 관철해야 하는 것이 법정신의 올바른 적용이다.

그것을 제국주의라는 시대상황이라는 주변적 조건만으로 완전히 면책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법적으로 타당한 행위일까? 국제법은 물론 공법이나 사법 그 모두에서도 주변상황만으로 법적으로 완전면책된다는 주장이 법률이라는 협소한 법적개념은 물론 조리(條理)라는 광범한 법적개념에서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질까?

당장 중세유럽의 교회법만으로도 한 영지를 소유한 영주가 다른 영지를 폭력을 동원하는 억지를 써서 병합하는 것에 대해서 불법적 행위라는 비난일변도로 나간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3. 식민지에서 지배층의 위치를 차지하던 지배국가의 인간이 식민지배가 폭력적으로 종식되었을 때, 식민지에서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아무런 보상없이 박탈당하고 본국으로 추방당하는 것이 과연 불법인가?라는 문제는 확실히 나로서도 우리나라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리는 것이 상당히 힘겹다는 점은 인정한다.

헌데, 그 기득권이라는 것이 애시당초 보편적으로 법적으로 공인된 상황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폭력을 배경으로 하여 법정신을 사실상 무시해가며 취득한 것이라면 그러한 방법으로 취득된 기득권을 온전히 합법적인 권리라고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는 견해는 공법과 사법은 물론 국제법, 심지어 교회법에서조차 인정되는 논리일까? 당장 사적인 폭력을 동원해서 취득한 권리는 물론 공적권력을 동원하여 권리를 취했으나 그 과정에서 법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수단을 이용하여 공적권력을 동원한 경우라면 그 권리를 지켜주지 아니한다는 것은 고대법에서 현대법에 이르는 일관된 법정신이다.

바꾸어 말해서 일본이 실질적으로 국제법의 정신에서 인정하지 아니하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폭력을 사용하여 대한제국을 폐멸한 이상, 일본본국의 국민으로서 식민지가 된 대한제국의 영역에서 취득한 제반권리도 포괄적으로 부당하고 불법적 수단을 사용하여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경위를 거쳐서 얻어진 자연인 개인의 기득권이라면 법적으로 포괄적인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의 불법적인 행위인 타국의 폐멸로 인해 그 국가에 소속된 자연인 개인이 폐멸되어 병합된 국가의 고유지역에서 취득한 권리가 희생되었다면, 그 자연인 개인의 희생된 권리에 대한 배상/보상은 자연인 개인의 국적인 국가가 해야된다고 생각하며, 그 자연인 개인의 권리를 몰수한 국가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즉, 대한제국에서 일본의 영토로 전락하였다가 다시 대한민국으로 독립한 나라가 대한민국의 영역안에서 자연인의 권리를 행사하다가 일본본국의 붕괴로 인한 식민지에서의 추방과정에서 제권리를 상실한 일본본국인들에게 배상/보상을 하여서는 안되며, 그러한 보상/배상은 실질적인 불법행위로 타국을 병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본국국적의 개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일본정부가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국제법이라는 협소한 법률의 범위만이 아닌, 공법과 사법을 포함하는 모든 법의 기본정신일 것이다.
by deokbusin | 2009/10/15 05:37 | 잡담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원래부터 at 2009/10/15 09:4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바를 집어주는 글이 었습니다.
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09/10/15 14:30
잘 읽고 갑니다. 다만 그래서 이태진 선생님은 그 2번에서 다루신 견지에서, 병합 조약 자체가 불법성이냐 아니냐를 두고 천착하시느 거겠지요.
Commented by 야채 at 2009/10/16 22:04
글 첫머리에서 언급하신 '자연인의 권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과의 조약이 불법적인 것이었다고 해도, 개개의 일본 자연인들의 한반도에서의 경제행위도 모두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개의 일본인들의 재산이 불법적인 조약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개개인이 불법을 저질렀거나 혹은 당시 정부의 불법적인 행위에 의거해서 재산을 형성했다는 것을 일일이 입증해야 합니다. 입증할 수 있었을 수도 있고 할 수 없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단순히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재산이 모두 불법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조선 정부라면 일본인들의 경제활동을 허용하지 않았을 테니까" 일괄적으로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그건 '그랬을 수도 있는' 부분이지 '원래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조선에서 '가지고 있던' 재산중 상당 부분은 일본에서 투자한 부분입니다. 물론 조선을 발전시켜 주려는 선의에서 그런 것은 아니죠. 하지만 원래 사업이라는게 자기 자본 없이 공짜로 되지는 않는 법이니까요. 한반도에서 일본인들의 재산이 모두 조선인들의 것을 단순히 '빼앗아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단순히 '조선인 노동자들의 노동 + 조선에서 생산된 자원 일부' 만으로 원래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이나 경영, 자본, 게다가 외국에서 수입한 자원 등등은 전부 무가치하다고 주장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조선에서 번 '소득'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재산 모두를 몰수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배상을 일본 정부에서 받아야 한다는 말씀에도 의문이 있게 됩니다. 그것은 "한반도에 정상적인 정부가 있었다면 '당연히' 불법이었겠지만 일본에서 지배한다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합법으로 간주된" 경제활동에나 적용되는 것이지, 일본인의 모든 경제활동에 '당연하게'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물론 여기서 정말 불법조약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계속 폭력적인 방식으로 불법적으로 점거했다고 묘사하고 계시지만, 일본이 조선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해서 한반도를 점거한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절차를 밟은 조약을 통해서 '병합'했습니다. 조약 결정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추상적인 일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지, 조약을 체결한 개개인이 납치 감금당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강압을 당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조약은 '억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불법이라면, 2차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연합국과 맺은 모든 조약은 불법일까요? 일본은 분명히 미국의 군사력 때문에 '본의 아니게' 그런 조약들을 맺었을 텐데 말입니다.

읽어보라는 말씀이 나올지도 몰라서 미리 언급해 두자면, 개인적으로 바보이반님의 글도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원래 그 부분도 길게 썼지만, 여기에서 주장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지웠습니다.
Commented by 페스츄리 at 2009/12/06 18:20
"여기서 정말 불법조약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계속 폭력적인 방식으로 불법적으로 점거했다고 묘사하고 계시지만, 일본이 조선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해서 한반도를 점거한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절차를 밟은 조약을 통해서 '병합'했습니다. 조약 결정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추상적인 일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지, 조약을 체결한 개개인이 납치 감금당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강압을 당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조약은 '억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불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

저 이 부분에서 그냥 웃었습니다.^^;;; 일본이 평화적으로 합법적 절차를 밟았다고 정말 믿고 계신 건지? 저 야채님의 발언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글루스에 여기도 자주 찾아오시는 상당수의 "일빠"들의 정신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군요.
Commented by 앨리스 at 2009/10/17 07:24
"국제법의 기본전제는 그 법이 구체적으로 성립된 서양의 역사속에서는 전쟁이라는 혼란상태에서 전쟁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 약자의 위치에 처한 자연인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요, 원래 국제법은 국가간의 규율을 위해 탄생한 거라서 현대 국제법에서도 아직 자연인의 권리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국제법의 주체는 2차대전 이전까진 "국가"뿐이었죠) 자연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국제법에서 자연인인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는 국가에 속해있는 거라서, 국가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자연인인 국민 개인은 국제법상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Commented by 페스츄리 at 2009/12/06 18:17
정말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정말 명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왜 우리가 일본인에게 배상을 해야 하나요. 국권피탈 경술국치가 자연적 정의와 합리적 이성의 기준에서 불법인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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