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네이버 밀리터리 군사무기 카페에서 루시안님이 올리신 글에 대한 답글의 개념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그러므로 제 이글러에 와주신 분들 께서는 먼저 루시안님의 글부터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http://cafe.naver.com/nuke928/226351 1. 무능하고 부패해서 존재할 가치가 없는 나라라.... 그런 식의 명제와 논리는 일본의 우익들이 대한제국을 폐멸을 정당화할 때 아주 잘 써먹는 명제이자 논리들 중 하나입니다. 마음 놓고 쓰기에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2. 무능, 부패로 일관했다는 남베트남이라지만, 쑤안록 전투에서 월맹군 사단들의 진격을 저지했던 18사단의 경우처럼 멸망직전에서 조차 아주 잘 싸운 남베트남 부대들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월맹의 통치에 견디다 못해서 탈출한 사람들은 정말 많았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겉으로 드러난 양상이 꼴볼견이라고 해서 무작정 망하게 만들어야만 하는-그것도 타국에게 병합시켜야만 나라는 전혀 없습니다. 남베트남의 멸망이 정당성을 가지는 이유는 무능과 부패로 점철된 모습이 아니라 베트남이라는 통일국가적 공동체 내부의 주도권 경쟁을 분열적이며 소모적인 양상이 아닌 통합적으로 정리해야만 하는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3. 무능과 부패로 일관했다는 남베트남이지만, 정작 민주화의 진척만을 놓고 보면 월맹은 철저한 독재국가이며 지금도 그러합니다. 외려 그 혼란하다는 남베트남 정계는 착실히 민주화를 밟아가고 있었으며, 기회만 주어진다면 인도차이나 지역에서 최초의 민주적인 국가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월맹에 의한 베트남 통일은 바로 민주화의 기회를 짓밟은 폭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남베트남의 경제력은 북베트남에 비해서 훨씬 우월했으므로 만약 남베트남이 존속하는데 성공했다면, 북베트남은 경제력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아주 놓았으며, 그와 같은 경제력의 격차는 베트남 역사의 주류적 양상인 북부에게 정치적 주도권을 내주고 북부에게 억압과 착취를 당해야 했던 남부가 역으로 베트남 국가 공동체 내에서의 경쟁에서 최초로 정치적 주도권을 쥐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남베트남이라는 나라에게 지워야 할 멸망의 윤리적 책임은 무능과 부패가 아니라 멸망으로 인해 인도차이나 지역 민주화의 기반을 영구적으로 붕괴시킨 것에 있다고 해야지요.
4. 본론으로 들어가서 루시안님이 올리신 글에서는 1975년에 미국이 남베트남에 재개입하지 않은 것을 정당한 것으로 보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미국에 1973년에 베트남에서 물러날 당시에는 완전히 발을 뺀 것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북베트남이 군사력을 남베트남으로 재투사할 경우 다시 개입할 국제법적인 근거를 만들어 두고 군사력을 철수시켰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베트남이 군사력을 남부에 전면적으로 전개시킨 1975년, 미국은 국내적인 정치사정으로 인해 남베트남에의 전면적인 군사개입을 포기하고 "인도주의적인"철수작전만을 시행합니다.
이 결과로 베트남 지역에의 민주주의 기반은 (그것을 시행해야 할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하기는 했었지만) 완전히 붕괴되었으며, 베트남 인민은 지금도 독재 아래에서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5. 그러나 1975년 미국정부가 남베트남에게의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선언하고 군사력을 베트남에 투사했다면 어떻게 사태가 전개되었을 까요?
당장, 북베트남은 군대를 휴전선 북방으로 물릴 것입니다. 애시당초 파리에서 체결된 조약을 위반한 것은 북측이었으로 미국의 개입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받았을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개입은 베트남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민주화의 기반을 지켜내는데 큰 기여를 했을 것이고, 남베트남은 미국의 재개입과 재보장 아래에서 민주화로의 길을 착실히 걸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베트남 재개입이 가져다 주는 부가적인 효과는 박정희 정권의 무리한 핵무장 추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박정희가 핵무장을 열성적으로 추진한 결정적인 이유는 남베트남의 몰락을 미국이 안보조약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방관만 하고 있었던 것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국내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베트남에 재개입하여 멸망을 차단하였다면, 박정희로서도 핵무장을 추진할 필요는 대폭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내 보수우익 진역에서 나오는 핵무장 논의의 출발점이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정말 믿어도 되는가? 그들은 약속과는 달리 남베트남의 멸망을 방관했잖은가?"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미국의 남베트남 재개입은 미국의 약속은 믿어도 된다는 신뢰감과 안정감을 한국의 보수진영에게 제공할 것이며, 보수진영은 이와 같은 심리를 기반으로 해서 대북유화정책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부가적으로 미국의 베트남 재개입이 한국의 정치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는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이웃나라를 통해서 직접 확인하게 된 이상, 북한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자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정치적 태도에 대해서 보수진영 스스로 보다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나왔을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유신체제의 강압적인 통치행태가 보다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지요. 유신시대에 나오는 긴급조치는 만약 남베트남 멸망이라는 충격이 없었다면 그 빈도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6. 결론
남베트남의 멸망은 그 나라가 설령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양상을 보였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정당화 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그러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국제법적인 근거를 남베트남과 맺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한 사태를 막지 않았으며, 결국 베트남 전체 인민이 억압적 독재체제로 들어가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엉뚱하게도 한국의 국민들 마저 가뜩이나 억압적인 통치를 보다 강화된 형태로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멀리 떨어진 일이라고 방관하기에는 남베트남의 멸망은 우리에게 너무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베트남의 몰락에서 우리가 국제정치적으로 취해야 할 자세도 확인할 수 있겠지요. 아무리 G20이 됐네 마네 합니다만, 우리 한국의 현실적인 국제적 역량과 지정학적 위상은 얼마든지 파기할 수 있는 동전 몇 푼의 거스름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러한 국제정치적 위상을 명확히 인식하고서 한국의 역량을 언제든 버려도 동전 몇 닢의 거스름된 취급이 아닌 버릴 경우 너무나도 아까운 뭉칫돈으로 키워야 할 것입니다. ![]() ![]()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이글루링크
[이불을 걷자] 구구한..
산왕의 건전성추구위원회 Cafe Freedom eggry.lab 요아킴의『환상 소나타 : .. 로리!군의 잡다한 이야기 腦香怪年의 코카찌꺼기 .. 스노우 씨의 거주지 호나상의 붉은환상향 차이컬쳐 보통사람 Montcalm 씨.. 향수병 환자의 보관소 isao의 IT,게임번역소 umberto의 집: 志一齋 이글루스의 잡설 모음집 BEATUS BIOENGINEER.. 신성마교 제국령 - 제4차.. 漁夫의 'Questo e quell.. http://studioxga.net.. CookieBox a quarantine station leopord의 무한회귀 신생 스위트워터 : 黄天.. 초록불의 잡학다식 무제 愚公移山 지구마을 불꽃사파리 落醉齋 L氏의 망상공방 단세포 청년의 늑대굴 슈타인호프의 함께 꿈꾸.. Ladenijoa의 여러가지.. Romancer's place .. 근무시간은 9시부터 개인 잡상들 블로그 게렉터블로그 무늬만 고양이집 김대호 Blameless life.... Camhanaich On The Picket Lines THE END Leafgreen Wojciech님의 이글루.. OLD BOY zert의 환상을 노래하는.. 행인1 혹은 갑사1의 놀이터.. Welcome Aboard! 無隣庵 SoulTown - Lost soul 무희의 주절주절 포스 I was Born This Way The Cubic Area of A.K.. 변태중년황금용마족 미.. 뒤돌아 보지 않는다, .. ♣ DOMVS...DINOSAV.. ☆:*:.. 대원수부 집무실 .. '돌아오지 않는 숲' 兵者國之大事, 不可不察也 잊혀진 상처의 낮은 읊조림 Ha 1 안구괴물축산업협동조합.. Orca의 雜想 note . 이글루스 시노노메 사츠.. Mawarez 귀여운 늑대개님의 이글.. KS blog 지나가던이의 스쳐지나가.. 풍신의 곤과 붕이 날뛰는.. 을파소의 역사산책 라피에사쥬의 회색빛 세상 검투사의 북극 기지 渤影別監無想雜錄 그저그런 적절함 CAL50의 때늦은 낙서장 고전과 걸작 사이 여신 친위 비행단 耿君春秋 黑白의 FCB & Moe 문제중년의 잡설 재출항~ 에루의 작은 목록 디자인아카이브 : Be Crea.. LoVe Me Do DIFFERENTLY SANE 미술관 에이브의 그러한 공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곰돌씨의 움막 . 무명씨의 랜덤 히스토리.. 얼음 깎는 중늙은이 도심소요都心逍遙 YPRF(청년혁명전선.. Incarnation 파리13구님의 이글루 nothing zemonan의 골방성역 수줍은 느낌의 미소 가지 않은 길 dunkbear의 블로그 3.0 한단인의 빈수레 nemo 아르니엘의 바닥 모를 서고 '3월의 토끼집' 無緣齋 버려짐 crystal prison 世說 줄과 빽이 흐르는 블로그 迪倫齋雜想 알토리아의 이글루 및 .. 골든 리트리버 장갑묘 舌鋒 Messiah. Damned O.. GUIT TIME Sekretam chambrom p.. 5thsun의 세번째 낙서장 우랄잉여공장 Слава Україні! 대한민국 영공을 방위하.. 최근 등록된 덧글
그렇게 내선일체를 내세..
by 채널 2nd™ at 08/07 그전에 느그좆틴 대가리.. by 러뽕박멸 at 08/06 1. 미국이 러시아에 선.. by 중일전쟁과의 차이점 at 08/05 중일전쟁과 비슷한데 .. by ㅎㅎ at 08/03 중일전쟁도 1937~38년 주중.. by deokbusin at 08/03 그냥 키예프말고 르보프.. by 갈아만든주스 at 08/02 그래서인지 과연 이 늪의.. by KittyHawk at 08/02 아베는 일본에서 리더쉽.. by 프링글스 at 07/10 정신병자에 의한 헛된 .. by 흑범 at 07/10 아베 지역 기반이 생각보.. by rumic71 at 07/09 이글루 파인더
라이프로그
메뉴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