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흐완(Ikhwan)에 얽힌 뒷이야기
이븐 사우드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만들때 크게 활약한 이흐완(형제단)에 관한 이야기는 소넷님이 와히비즘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역사를 종교적 과격주의의 신장과 그 통제를 위주로 설명(http://sonnet.egloos.com/4579495)하시면서 언급이 되었습니다.

저는 단지 여기에 살을 좀더 붙이고자 하는 정도입니다.

이븐 사우드가 유목부족보다도 와하비즘 신앙에 더 큰 충성을 보인 청년들을 모아서 이흐완을 편성할 때, 이븐 사우드는 이흐완에게 보다 확실하게 유목부족의 전통적인 영향력-부족에 대한 충성과 부족간의 반목을 제거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지속적인 종교적 교육말고도 이흐완에 소속된 청년들은 "히즈라"라고 불리든 지역에 의무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10명에서 1만여 명에 이르는 인원들이 모인 '히즈라"들은 오아시스 주변에 설립된 촌락으로서 모든 이흐완은 이 '히즈라'에서 평화시에는 농경을 하고 지내다가 이븐 사우드와 종교지도자들이 지하드를 선포하면 미리 준비해둔 무기들을 챙기고 전투에 참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목민들에게 갑자기 농사를 지으라고 했으니 시행착오도 많아서 이흐완 대부분은 빈털털이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생긴 이흐완의 불만들을 이븐 사우드는 다시 종교적 열정에 기반한 정복사업에 돌리는데 뛰어난 재주를 보입니다.


그러다가 이흐완과 이븐 사우드 간에 정복에 관한 정치적 견해차이가 벌어지면서 드디어 이흐완은 이븐 사우드에게 반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과는 소넷님이 글에도 나오는 바대로 이흐완이 참패하고 이븐 사우드의 지도력이 재확립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하지만 모든 이흐완들이 이븐 사우드에게 반항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반란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븐 사우드에게 충성을 서약한 이흐완들도 많았고, 심지어는 반란자들 내에서조차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븐 사우드에게 투항해버린 이흐완의 "분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거나 도중에 반란에서 벗어난 이흐완들은 여전히 사우디 왕실에 충성하면서 정부지원을 받으며 농경과 종교생활을 하다가 1950년대에 사우디 아라비아 국가방위군으로 편성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도 백색의 군복을 착용하면서 왕실에 충성하며 열렬한 전투의지와 전투기술을 가진 엘리트 부대로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정규군으로 편제되지 않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준군사조직으로 존재합니다.


사실, 이흐완이 종교적 열정과 정복욕으로 충만한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개개인마다 균일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며-진짜배기 과격파를 넘는 과격파도 있겠지만 종교적 열정은 남들 못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처신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게다가 종교교사들의 성향도 와하비즘으로 통일되었다지만 서로간의 인격적 차이로 인해서 해석상의 차이와 실천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이흐완들이 오아시스 별로 나뉘어 거주하였기 때문에 오아시스 별로 생활격차가 생기면서 당연히 오아시스로 구분되는 파벌적 경향도 생겼을 것이었습니다. 즉 이흐완은 외견상으로 보이는 단일한 관념으로 단결한 조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균열들을 종교적 열정으로 연결시킨 조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 1928년 이흐완의 지도자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반란에 가담하지 않고 이븐 사우드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흐완들이나 반란 도중에 항복해버린 이흐완들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네비아찌님이 소넷님의 해당글에서 한국내의 이슬람인들에게 우려를 보이시기에 이흐완에 대한 뒷사정(?)을 알려드리자는 이유로 써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주 월요일에 있는 시험은 어쩌자고?)


참고자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http://en.wikipedia.org/wiki/Saudi_Arabian_National_Guard
http://en.wikipedia.org/wiki/Ikhwan
by deokbusin | 2011/07/01 11:11 | 잡담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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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11/07/01 11:19
이흐완들의 개념을 보니 둔전병이 떠오르는군요 (....) 그나저나 반란으로 다 해체된게 아니라 일부나마 현재의 사우디 군 조직 내에 존속해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1/07/01 11:34
사실, 이븐 사우드는 자국이 석유로 먹고사는 국가가 되는 것보다는 농경으로 먹고 사는 국가가 되는 것을 더 열망했다고 합니다. 이흐완들을 오아시스 주변에서 농경에 종사하도록 정착시킨 것도 그러한 생각이 발현된게 아닌가 합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07/01 11:22
친절한 설명글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덧글을 달때 저는 좀 우울해 있던 상태라 과도하게 비관적이긴 했네요. ^^;;;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1/07/01 11:36
저도 다음주 월요일로 들이닥친 아주 중요한 시험에 대비한 준비가 매우 부실해서 우울과 현실도피가 겹친 상태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볼려고 쓴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 눈에서 뭔가가 나올려고 하는 군요.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11/07/01 12:31
제 이름 영어 철자가 Ikhwan이라 관심 갖고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1/07/01 21:03
세상은 정말 넓군요. 한국이름이 아랍어의 로마자 스펠링과 딱 일치하다니요.
Commented by 암호 at 2011/07/07 16:26
그러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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