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일본육군의 예비군 부대
니이타카산 비록(http://ncode.syosetu.com/n9210g/)에는 사단 수 그 자체를 줄여버리는 군축을 위주로 하는 우가키 가즈시게의 육군개혁안에 대해서 육군차관으로 착임한 와타나베 소장이 징병제를 일시정지하는 대신 사단 숫자는 유지함으로써 장기간 훈련과 근무가 필요한 고급간부들을 확보하자는 제안을 하고 이를 우에하라 유사쿠 원수가 찬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우가키 군축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은데, 의외로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비판적 의견 하나는 사단 수 그 자체를 축소하면서 참모교육을 받은 인원들의 실제 수까지 줄여버림으로써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기간중 급격한 부대팽창에 대응하는 참모인원을 확보하는데 큰 곤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일본육군의 예비군 운용의 제도적 문제는 예비역과 후비역은 있어도 이들을 전문적으로 일시 소집하고 훈련시키는 부대조직-예비군 사단이 평시에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 한국군에게 있어서 예비군들의 훈련상태는 개판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http://ghcksdl.egloos.com/4648592), 그래도 독일육군의 예비군 운영제도를 제도상으로나마 정석대로 수용하면서 예비군을 주력으로 하는 전문적인 사단급 부대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일본육군의 징병제도는 상당히 정석에서 일탈-영국육군처럼 평시 정예상비병 위주의 부대운용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이것은 B군님 얼음집의 글들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일본육군의 목표가 "평시에는 상비 25개 사단을 유지하고 전시소집으로 예비역과 후비역을 충원하면 50개 사단으로 팽창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장기간의 근무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근무현장에서 상당한 기간동안 이탈한 인간이 곧바로 해당 직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실제로도 당장 현대 한국육군 예비군 훈련장 실태는 사병들의 경우 개판 그 자체가 아닌가 말이다.

결국 예비군을 바로 전투에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일정기간 재훈련을 거쳐서 전투에 투입되어야만 한다. 이 때 평시부터 예비군 자원들을 훈련시키는 사단급 부대가 존재한다면 적어도 부대에 배치된 고급간부들은 일단 현역이기 때문에 직무재훈련이 필요가 없고, 재소집된 예비군 사병들과 일부 위관급 예비역 장교들만 훈련시킨다면 보다 빨리 부대를 전선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현역병 부대와 동일한 전투력을 낼 수  있을 지는 의심스럽더라도 말이다.

일본육군 제 101사단을 예로 들면 이 사단은 1937년 9월 1일에 동경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예비역/후비역을 동원하는 신규편성명령이 내려져서 11월 5일에 항주만에 상륙하게 되었는데 일본본토에서 항주만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최대 6주간 훈련에 투입했다는 이야기가 성립한다. 그리고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편성된 이유는 부대조직 자체를 새로 만들게 된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제 101예비보병사단이 동경에 실재하면서 평시에 예비역/후비역들을 일시 소집하여 재훈련하는 업무에 종사했다면, 부대를 신규조직하는 시간 낭비를 막으면서 전시 소집된 예비역 사병들을 1~4주 재훈련 하는 것만으로 전선투입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항주만 상륙작전은 늦더라도 10월 중순에 진행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이미 패색이 보이던 중국군의 붕괴는 실제 이상으로 가속화되어 상해 점령과 남경으로의 일본군 진격은 보다 용이했을 것이다. 어차피 항주만에 일본군이 상륙하지 않더라도 10월 26일에 이르면 상해는 일본군이 거의 제압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고 단지 소주 방향의 중국군 방어진지를 돌파하지 못하는 정도의 상황에 이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덤으로 구 일본육군이 평시 예비군 사단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이점은 상술한 신속한 병력투입 외에 일본육군 장교교육 체제상 제대로 된 군사교육을 받은 육군대학 정규졸업자들을 보다 긴 기간동안 현역으로 붙들어 맬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가키 군축에서 상비사단 4개를 완전 해체할 것이 아니라 현역징병된 사병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예비역/후비역 사병들을 평시에 일시훈련시키는 예비사단으로 전환시켰다면 상기한 것처럼 부대조직상의 고급간부들을 당분간 현역으로 잡아두기 때문에 군대에서 물러난 간부들의 생계걱정을 상당히 덜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특히 하사관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어떻든  구 일본육군의 예비군 운영은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현대 한국육군은 제도상으로나마 예비군의 운용목적을 살리고 있다고 자위할 수 있겠다.
by deokbusin | 2011/11/28 17:03 | 잡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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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재팔 at 2011/11/28 22:04
일본 육군의 강경파 중 한명인 타나카 신이치 대좌가 남경 진격에 관해 한가지 글을 쓴 게 있는데, 예비군들을 다 빼고 현역병과 보충병을 투입하자는 제안을 했더군요.(물론 당사자의 글은 이들의 군기 문란 통제 곤란을 이유로 했지만 ㅡ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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