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내각제로 현재 한국이 가진 문제의 대부분이 부드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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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이 정치 틀에서 나라의 운명이 걸린 과제들을 풀어갈 생산적 리더십이 결코 나오지 못할 것이란 절망감을 너무나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양샹훈 선생의 푸념과는 달리 세계사적 경험을 따진다면 의원내각제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는 지금 비판의 표적이 된 대통령 중심제+양당제(를 빙자한 양극제)만큼 국내 여론의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능부전을 일으키는 경우는 비일비재 했으며 심지어 그러한 현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제3, 4 공화정을 예로 든다면 정해진 국회의원 임기와 총리의 재임기간이 일치한 경우는 희귀합니다. 그나마 벨 에포크 시대에는 델카세의 경우처럼 내각의 총리는 바뀌더라도 장관은 경질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었습니다만, 1930년대로 들어서면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뺨칠 정도로 심각한 국론 분열이 좌우파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벌어지면서 총리와 내각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다시피 하게 됩니다. 그 결과 프랑스는 1940년에 독일에게 치욕적으로 패배를 강요당하였습니다. 심지어 3공화정의 교훈을 뼈져리게 느꼈을 4공화정조차 1930년대적인 행태를 반복한 끝에 결국 국가원수의 대통령에게 권력을 몰아다 주는 5공화정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비시 정권의 성립이나 드골 헌법의 성립에 대해서 프랑스 좌우파가 모두 심한 저항을 하지 않은 배경에는 의원들이 자파의 이기주의만을 추종하다가 나라를 망치고 말았다는 처절한 후회가 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지금 의원내각제들을 운용하는 나라들이 모두 원만하게 기능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의회 자체가 인기영합주의에 휘둘린 결과 내각의 장기간 재임은 보장했지만, 정작 국가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개혁에는 소홀히 하는 바람에 지금 그들 나라와 국민들은 심각한 위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각이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한 경우조차 여론의 추이가 나쁘다면서 꼭 필요한 개혁을 미루고 의회를 해산하는 경거망동을 벌이는 일본과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러고도 과연 의원내각제가 대통령제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제는 어떠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정해진 선출되는 전제군주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그러한 권력을 문자상으로나마 부여하고 있을까요? 오히려 국가의 미래보다는 현재의 권력 유지를 위하여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만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의원들로 이루어진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에 의한 의회해산권을 소멸시킴으로써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의회의 권력을 비정상적으로 비대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지금의 국회의원들의 수준으로 의원내각제로 국가정체를 바꾸었을 경우 오히려 대통령제보다 더한 추태를 보이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리스와 같은 모습을 말입니다.

또한 군주제 하에서도 군주의 권력행사에 대한 견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세 초기 전사 귀족들에 의한 군주 견제가 워낙 심하여 (아랍인들에게) "전제 군주에 의한 일원적인 통치가 불가능한 지역"으로 낙인찍힌 유럽은 물론이고 전제군주가 보편지성의 수준차를 선별하는 필답시험으로 선발되고 구성된 관료제의 보좌를 받는 아시아에서조차 군주의 권한행사에 대한 견제는 지속적이었으며 또한 그 강도도 결코 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절대적이고 전제적인 군주들조차 끊임없이 의회(유럽)와 관료(아시아)들을 설득하면서 권력을 행사하였던 것입니다.

정치의 양극화는 결국 사회가 양극화된 현상을 정치적 행사로 반영된 것입니다. 정치가 양극화되었다느 현상만 보고 사회의 양극화화를 해소하기 위한 보수작업 계획도 없이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개혁하자는 발안은 사회 현상을 제대로 살펴 보지 않은 단견이며 속단입니다.
by deokbusin | 2014/11/27 13:35 | 잡담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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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호무호무 at 2014/11/27 13:51
여야할것 없이 툭하면 거리로 뛰쳐나가고 양보나 협상따윈 안중에도 없는데다가 기존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들은 내려놓을 생각을 안하는데 내각제해서 의회 권력이 더 강해지면 그야말로 3권분립이 아니라 행정부가 아예 입법부에 종속되어 버리는 2권분립이 되겠지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입법부의 권력이 점차 약해지고 행정부의 권력이 강해지는 게 일반적인데 어째 대한민국은 오히려 입법부가 갈수록 강해짐.. 뭐 이건 군부정권 때 입법부를 탄압한 반동이기도 하지만...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4/11/28 14:50
행정부와 입법부의 간격이 좁아지거나 융합하는 형태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정치양상이라고는 합니다. 그래서 의원내각제가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 한국 정계의 모습은 아무래도 3~5공화정의 후유증이지요.
Commented by Masan_Gull at 2014/11/27 14:18
상유정책 하유대책을 모르는 소리들이죠.
결국 Democratic Consolidation이 중요한건데 이건 대통령제를 하건 의원내각제를 하건 될놈될의 영역이 아닌가 싶은데 말입니다.

제도개혁 완빵에 모든것이 해결될 문제였으면 예전에 해결됐을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4/11/28 14:50
정말, 제도에 모든 희망을 거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adasd at 2014/11/27 14:54
제도가 아무리 좋아봤자 운용하는 놈이 병신이면 제도도 병신이 되는게 진리인데...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4/11/28 14:51
제일 좋은 것이 제도도 좋고 사람도 좋은 것이죠. 역사적으로 보면 완벽하게 나쁜 제도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제도를 굴리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과객 at 2014/11/27 19:59
의원내각제 좋죠!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비리를 저지를 때 그걸 누가 견제하죠?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의원내각제 했다간 일본처럼 툭하면 의회해산하고 선거를 치를 것 같아서 반대.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4/11/28 14:52
일본 의회 정치에서 의원 임기를 다 채운 내각이 미키 타케오 내각 하나 뿐이라고 하지요.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14/11/28 07:09
새민련과 새누리당이 벌이는 의원내각제라....
아 끔찍합니다. (.....)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4/11/28 14:53
의원내각제를 하게 된다면, 그저 일본의 반 정도라도 굴러가면 대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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